“사무라이 드라마 속 말투, 왜 이렇게 낯설까?”
일본 사극을 보다 보면 현대 일상회화와는 전혀 다른 독특한 말투가 눈에 띕니다. 이는 시대극 특유의 고어 표현, 즉 옛 일본어가 반영된 결과입니다. 이 글에서는 일본 사극 드라마 속 실제 대사를 중심으로 고어 표현의 특징을 정리하고, 그 의미와 현대어와의 차이를 함께 살펴봅니다.
존비 표현의 격식: 위계와 예절이 드러나는 언어
사극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언어 특징은 바로 존비어(尊卑語) 구조입니다. 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에서는 상하 관계가 뚜렷이 반영된 표현들이 자주 등장하며, 이를 통해 등장인물 간의 신분과 위치가 드러납니다.
대표적인 표현:
- 「かしこまりました」(카시코마리마시타) – ‘알겠습니다’의 고어격 존경 표현
- 「御意にございます」(교이니 고자이마스) – '뜻을 따르겠습니다’
- 「これなる者」(코레 나루 모노) – ‘이 자는’ (고어체 지칭어)
이러한 표현들은 현대어보다 문장이 길고, 격식이 더해진 형태입니다. 말하는 이의 자세와 태도까지 포함되어 전달되므로, 단순한 회화 이상으로 언어가 곧 예법이 되는 시대의 특징을 보여줍니다.
드라마 속 장면에서는 대사와 함께 절, 무릎 꿇기, 고개 숙이기 같은 동작이 병행되며, 언어가 사회적 위계와 예절의 상징 역할을 합니다.
동사 어미와 종결어미의 변화: 문법이 만든 거리감
사극 대사의 또 다른 특징은 동사 활용 방식의 차이입니다. 고어 표현에서는 현대 일본어에서 쓰이지 않는 종결어미나 활용형이 등장하며, 듣는 이에게 언어적 ‘거리감’을 줍니다.
예시 대사:
- 「~でござる」 – 현대어 「~です」에 해당, 격식 높임 표현
- 「申す」「申したてる」 – ‘말하다’의 겸양 고어
- 「候(そうろう)」 – 고어체 종결어로, 무사의 대사에서 자주 등장
예: 「拙者、江戸より参上つかまつりました、候。」
이런 표현은 단순히 낯선 말투가 아니라, 그 시대 인물들의 세계관과 사고방식이 반영된 언어 양식입니다. 현대 드라마에서는 이런 고어를 조금씩 현대식으로 바꿔 쓰는 경우도 많지만, 정통 사극에서는 여전히 완전한 시대 재현의 요소로 활용됩니다.
특히 ‘~でござる’는 시대극 팬들에게 가장 대표적인 무사 말투로 인식되며, 애니메이션이나 개그 콘텐츠 등에서도 패러디되곤 합니다.
지칭어와 명사 표현: 인간관계가 언어에 담기다
고어 표현에서는 사람을 부르는 말 역시 현대어와 큰 차이를 보입니다. 단순히 단어가 바뀐 것이 아니라, 상대방과의 관계, 감정, 계급에 따라 다양한 단어가 쓰였다는 점이 특징입니다.
예를 들면:
- 「そなた」「おぬし」 – 친구나 하급자에게 쓰는 친근한 고어
- 「うぬ」 – 약간 낮춰 부르거나 비꼴 때 사용
- 「我(われ)」「拙者(せっしゃ)」「余(よ)」 – 화자의 계급·성격에 따라 달라짐
이러한 지칭어는 캐릭터 설정과 성격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장치로 작동합니다. 왕족은 ‘요(余)’를, 무사는 ‘셋샤’를, 악역은 ‘우누’를 쓰는 방식으로, 대사 하나만으로도 인물 간의 거리감과 위계를 그려낼 수 있는 것이죠.
이처럼 고어 표현은 언어 그 자체가 서사의 장치이자 캐릭터의 일부로 기능합니다.
일본 사극 속 대사에는 단어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.
고어 표현을 들여다보면, 당대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관계 맺는 방식, 그리고 말로 표현되던 예절의 무게까지 느낄 수 있어요. 다음에 시대극을 보게 되신다면, 장면 속 언어가 전하는 분위기와 예절에 한 번 더 집중해보세요.
이야기 속 세계가 조금 더 또렷하게 보이실 겁니다.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.